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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가 별로인 이유(스포o)

Gosingasong 2024. 2. 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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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영화 마니아로서
심상치 않은 포스터와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정말 너무 실망스러워서
혹평을 남기려고 한다.
 
파묘는 오컬트 영화라고 할 수도 없는,
흥행만을 위한 얕은 수작만
가득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왜 곡성이 명작인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
매우 직접적이다.
 
최민식 = 상덕(김상덕)
(독립운동가 정치인)

유해진 = 영근(고영근)
(대한제국의 군인이자 개화파)

김고은 = 화림(이화림)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조선의용군에서 활동)

이도현 = 봉길(윤봉길)
(홍커우공원 투탄의거 독립운동가)

김선영 = 광심(오광심)
  (광복군에서 활동)
 
김지안 = 자혜(박자혜)
(신채호의 부인이자 독립운동가)
 
또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이 가장 신경 쓰는 첫장면도
이러한 복선이 포함되어 있었다.
 
승무원이 일본어로 안내하자
화림 역의 김고은이 일본인이 아니라고
대답한 장면이 첫장면이었다.
 
즉, 이 영화의 가장 큰 '테마'가
반일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직접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곡성이 왜 명작이라고 평가가 되냐면
곡성은 오컬트 영화로서 
가장 큰 테마를 '의심'으로 잡았고

끝까지 그 의심을
관객들이 놓을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의심이라는 주제 안에
곡성의 주민들 사이에
외부인인 일본인 '악마'를
배치시키고 
끊임 없이 의심을 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관객들로 하여금
일본인을 타자화시키게 만들었다.
 
그리고 황정민을 일본인 악마와
한 편으로 그려내서
자연스럽게 황정민에게도
부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만들었다.
 
즉, 감독의 직접적인 연출 없이도
관객들이 스스로 일본인과 친일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오컬트라는 장르에 충실하게
우아한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오컬트라는 방식을 통해
반일 영화를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파묘와 곡성의 쓰레기와 명작을 가르는
차이는 여기에 있다.
 
0. 몰입을 깨는 챕터 방식
 
오컬트의 핵심은 무엇일까?
불가사의한 일의 현상과 원인에
대한 '미스테리'다.
그런데 챕터에서부터 어떤 
미스테리한 현상이 일어날지
친절하게 알려주니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되고
그래서 신비한 현상이 일어나도
전혀 무섭거나 궁금하지 않다.
 
1. 가족에게 원한을 갖는 귀신
 
파묘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는데
1부는 일제 시대 친일파 간부 귀신 이야기다.
이 영화가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이 귀신이 자신의 직계 가족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설정이다.
 
보통은 인근 주변 사람들을 괴롭혀서
가족을 데려와 대화를 시킨다는 설정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설정이다.
묫자리가 안좋아서라는 명분이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왜?'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또, 공교롭게도 극중에서
해당 친일파 귀신에게
살인 당하는 직계 가족은
'밑도 끝도 없는 그냥 부자'라는 표현이 
두 번씩이나 나온다.
가족을 죽이는 귀신이라는
특이한 설정의 이유는 2번을 보고
합리적으로 추론해낼 수 있다.
 
2. 전쟁의 신 일본 귀신
 
1부 귀신까지는 그럭저럭 볼만했는데
정말 2부부터는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우선 한국 귀신은 원한 있는 자만 해치지만
일본 귀신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해치고
잡기도 힘들다는 설정이다.
왜 그런지는 극중에 나오지 않는다.
 
즉, common sense를 발휘하라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당연히 '일본인은 나쁘니까'
한국인만 알아들을 수 있는 감독의 '알지?'인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첩장되어 있는
두 번째 묘를 가져오는
최민식의 동기도 부족하다.
"도대체 왜?"
분명 공사장 인부를 구하러
뱀에 대한 정보를 찾으러 갔다가
두번째 묘를 찾았는데
주변 주인공들이 불길하다고 하는데도
그냥 묘를 가져온다.
그런데 그 동기에 대해서는 납득시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 일본 귀신을 잡으러 가자고 할 때의
최민식의 대사는 '명량'의 대사를 떠오르게 한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336

이순신과 개고생 아비들, 호로자식 한국 후손들 - 미디어오늘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 한 걸 후손들이 알까모르것네.”“모르면 호로 자식이제.”관객 신기록을 날마다 경신하고 있는 영화 ‘명량’에서 가장 화제를 불러온 대사입니다. 어느 비평가는 감

www.mediatoday.co.kr

"후손들이 밟을 땅이니까"
일본 귀신은 애초에 최민식이
관을 꺼내지만 않았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는데
악지 중의 악지라는 땅에 대해
돈을 밝히던 최민식이라는 인물이
갑자기 후손들의 땅을 생각하는 설정이 된다.
 
작품적으로는 개연성이 전혀 없지만
당연히 이 작품의 테마,
'반일'과는 부합한다.
 
여기까지 보고나서 1번의 친일파 간부 귀신이
왜 가족을 죽이는 설정이 되었는지 이해가 됐다.
"친일파"니까 악랄해야 했던 것이다.
 
3. 오컬트로서 너무 떨어지는 완성도
 
오컬트 영화에서 가장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뭘까?
호러 영화와 오컬트 영화를 가르는 차이점은 뭘까?
호러 영화는 대놓고 불가사의한 현상이 나오지만
오컬트 영화는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한
탐험의 이야기다.
즉, 불가사의한 현상이 드러나는 순간을
가장 신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파묘에서의 이 일본 귀신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 없이
모습을 바로 드러냈다.
그러니 흥미가 팍 식을 수 밖에 없다.
 
그 밖에도 포스터의 김고은 얼굴에 쓰여진
축경은 그저 네임펜으로 그렸다는 점,
(심지어 축경마저 간지 외에는
어떠한 의미도 없다)
동서양의 미신을 아무 의미 없이
섞었다는 점 등
오컬트로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설정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이 작품이 명량과 같이
애초에 반일과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예상되는 작품이었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오컬트 영화를 기대하고 왔는데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고민보다는 
얄팍한 메시지 전달에 대해서만
신경 쓴 영화라면
당황스럽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흥행을 위한 반일이었나 의심될 정도였다.
 
곡성이 얼마나 뛰어난 작품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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