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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o)듄 파트2가 명작인 이유 - 영화의 구조와 개연성

Gosingasong 2024. 3. 10.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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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파트2를 일반 상영관에서 보고
아이맥스로 한 번 더 봤는데
처음 봤을 때도
정말 감동받을 정도로 좋았지만
두 번째 봤을 때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게 되면서 
한 번 더 감탄하게 되었다.
 
듄2가 명작인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영화를 평가하는 나만의 관점인
영화의 구조란 관점에서
듄을 재밌게 본 이유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영화를 하나의 글이라고 생각해보자.
잘 쓴 글이란 무엇일까?
논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일관적인 주제와 그를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근거일 것이다.
이를 위해 자주 채택되는 구조가
수미쌍관 구조다.
 
영화 또한 잘 만든 영화일수록
수미쌍관의 구조를 띠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 수미쌍관 구조를 자주 사용한다.
 
듄 같은 경우, 수미쌍관 구조를
뛰어넘어 거의 정대칭에
가까운 구조를 보여주며
개연성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보여준 작품이다.
 
0. 영화의 주제
구조를 살펴보기 전에
감독을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생각을 해 봐야 한다.
 
2편에서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건
폴이 영웅이 될 숙명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수반되는
필연적인 타락이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 영화는 당연히 주인공 폴이
영웅이 되는 서사시임이 자명하다.
서사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단연코 영웅이 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독 듄의 세계관에서
중요시되는 몇가지 테마가 있다.
퀴사츠 헤더락, 리산 알가입과 같은
메시아 신앙과 혈통(가문)이다.

1편에서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몰살되며
관객들이 폴에게 감정을 이입하도록 만들어
자연스럽게 아트레이데스 vs 하코넨을
선 vs 악의 구도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계속 운명을 거부했던 폴이 
메시아가 될 운명을 받아들이자
본인이 하코넨의 혈통이기도 한 걸 깨닫는다.
그리고 동시에
'하코넨의 방식'으로 역경을 극복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메시아가 되자마자 타락할 것임을 나타낸 것이다.
 
그 전에는 폴의 연인인 챠니가 폴에게
"너 자신을 잃지 않는 한 날 잃을 일은 없다"고 위로한다.
그 위로의 대우는 "날 잃는다면 너 자신을 잃은 것이다."로
폴의 타락에 대한 복선이었다고 볼 수 있다.
 
폴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매우 논리적이다.
 
시에치 타브르가 무너지자
폴이 해당 일을 예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던 중
자미스는 폴에게
뛰어난 지도자가 되려면
최대한 멀리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바로 전 장면은
미래를 볼 수 있으려면
과거를 봐야 한다고
목소리가 폴을 설득하는 장면이다.
 
완강히 거부하던 운명을 받아들이며
메시아가 되기로 결심한 과정을
삼단 논리로 관객을 설득시킨 것이다.
 
1. 주인공 폴과 빌런 페이드 로타의 성인식
 
베네 게세리츠의 대모는
퀴사츠 헤더락의 후보로
폴과 메인빌런 페이드 로타를 거론하면서
자연스럽게 두 명을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영화가 흘러간다.
 
전반부는 페이드로타가 성인식을 거치며
하코넨 가문의 영웅이 되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후반부에선 폴이 프레멘의 '영웅'이 된 후
하코넨 가문과 황제를 무너뜨리며
'승리를 이끈 영웅'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생명의 물을 마신 후 각성한 폴은
프레멘 부족 회의에서 압도적인 연설을 통해
자신이 메시아임을 설득시키는데
이 과정을 통해 생명의 물을 마시는 행위가
마치 성인식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전체주의적인 모습에서
나치를 연상시키는 하코넨 가문에서 진행한
페이드 로타의 성인식과는 대비되는 구조다.
 
한 편, 사람들의 광기를 이끌어내는 폴의 연설은
히틀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도 하코넨(나치)의 피가 흐르기 때문일까?
 
더 나아가 폴은 페이드 로타와의 결투에서 
승리함으로써 승리를 이끈 영웅임을 증명하는데
이 또한 일종의 성인식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하코넨 방식'의 성인식이다.

 
폴과 페이드 로타의 액션씬은
페이드 로타의 성인식에서
동양인 아트레이데스와 펼친 액션씬이
오버랩될 정도로 비슷했으며
결정적으로 페이드 로타가 마지막에
"you fought well, Atreides" 라는 대사를 외친다.
 
이렇게 드니 빌뇌브 감독은
끔찍할 정도로 두 명이 대비되는
구조를 치밀하게 짠 것이다.
 
2. 수미쌍관 구조에서의 이룰란(플로렌스 퓨)

이룰란 역의 플로렌스 퓨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어떤 장면을 가장 신경쓸까?
단연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수작들이 대부분
수미쌍관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듄 파트2에서는 첫 장면이
주인공 폴이 아닌,
비중이 시리즈 내내 크지 않던
이룰란 공주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일종의 클리셰 비틀기일까?
내가 주장하는 좋은 작품의 구조인
수미쌍관 구조에서
주제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지독하게 대칭적으로 대비되는
폴과 페이드 로타의를 통해 주제를 전달했다.
 
그럼에도 수미쌍관의 구조는 존재했다.
첫 장면에서 이룰란은 자신의 아버지인
황제의 모습을 가까운 제3자로서
묘사하며 시작한다.
 
이외에도 중간중간 이룰란이
녹취를 통해 역사를 기록하는
제3자 관찰자로서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이룰란이 폴을 실제로 영접하고
폴이 사랑하는 챠니를
의식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이제부터 이룰란 또한
이 게임에 본격적으로
참가하게 되었다는 걸 뜻한다.
 
이에 대한 복선으로
베네 게세리츠의 대모는
퀴사츠 헤더락이 폴이 되건
페이드 로타가 되건 
황제는 왕위를 잃게 될 것이고,
베네 게세리츠와 이룰란이
세력을 이어나갈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고 이룰란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룰란이 대모를 향해 말한다.
"난 지금까지 이걸 위해 존재했군요"
 
기록하는 관찰자에서
플레이어가 된 이룰란.
어쩌면 드니 빌뇌브 감독은 3편에서
이룰란이 "key"가 될 것임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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