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만 일하고 퇴근하고
3시쯤에 슥 한 번 일터 둘러보는 직업
"전업 투자자"
겉으로 보기엔 참 편하고 멋있는 직업이지만
트레이딩을 깔짝해보니 전업 투자자의 꿈은 확실히 접었다.
당연히 실력도 안되지만
그보다 근원적인 얘기를 해보려 한다.
왜 이런 얘기를 지금 하냐고?
하락장이니까~ 괴롭잖아ㅋㅋㅋㅋ
1. 고정 수입이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게 첫번째 이유다
고정 수입이 없다는 건
오로지 수익으로만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그 뜻은 수익을 내지 못하면
시드머니 깎아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레이딩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트레이더에게 현금은 비브라늄처럼 귀한 자원이다.
그 귀한 자원을 생활비 때문에 깎아 먹는다?
보이는 금액보다 2배, 3배의 내재가치를 잃는 셈이다.
2.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뭐 이젠 어딜 가나 얘기 해줘서
알 사람은 아는 루나 사태.
내가 아는 고수 트레이더는
이미 지인의 장례식에 갔다왔고
많은 고수들도 꽤 큰 손실을 입었다고 들었다.
지금에서야 "연 20%의 이자를 주는" 시스템에
누구나 회의감을 드러내고 말이 되냐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10억이라도 갖고 있는 코인 투자자였다면,
시총 6위까지 올라간 루나 코인이
"연 20%의 이자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기간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2억 정도는 무조건 스테이킹 돌렸을거라 생각한다.
2억을 스테이킹을 돌리면 연 4천만원으로
웬만한 직장인 연봉이다.
그 정도면 리스크를 감당할만하지 않는가?
또한 코인생태계는 그 자체가 끊임없이
가치를 의심받았던 시장이다.
거기에 그 시장이 이젠 몇 백개의 알트코인으로 나뉘어
더욱 더 시장이 복잡해졌다.
내가 몇년간 굴러먹은 코인투자자였다면,
루나코인과 테라 생태계의 시스템을 보며
지속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을까?
"비트코인은 투자할만한데 루나는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저 새끼들은 원래 비트코인도
망한다고 하던 새끼들이야"
라며 정보의 우위로 돈을 버는거라
착각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애초에 디파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코인시장의 어지간한 고인물이 아니면
접근하지 않았을 것이다.
몇 년동안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아남은 트레이더도
연 20% 확정수익이라는 달콤함 앞에
단 한 번 자기객관화를 잘못하면
누적수익 전부를, 아니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제어할 줄 아는 동물이 아니라 적응의 동물이다.
매일 자기객관화를 하며 절제를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심지어 절제를 하지 못해 물렸다면, 1번과 같은 맥락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거기에 생활비 때문에 돈을 빼야 하는 상황까지 온다면..
자신의 로직대로라면 좀만 버티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어도
외부 요인으로 인해 확정손실이 생기는 셈이다.
이 두가지 요인만으로도 나는 전업투자자로서
넥스트 레벨로 도약하는 것을 포기했다.
천만원이 안되는 돈으로 매매해도 스트레스 받는데
시드가 커지고 가정까지 있다면 그 스트레스는
이루어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아는 모든 전업 트레이더가 전업을 말리는 이유가
이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헤아릴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내 꿈은 전업투자자다.
개인적인 목표 자산 금액을 채워
대충 살만큼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고
자산 배분 관점의 느린 페이스의 투자만으로 살아도
job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게 성공이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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