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속 작가의 디테일과 숨은 의도 그리고 문제점(스포 있음)
더 글로리 파트2가 3월 10일 공개되고
드디어 완결이 났습니다.
정말 복수극 하나만큼은 플롯을 나름
치밀하고 치열하게 잘 짜서
나름 재밌게 봤는데요
아주 짜고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한국인들을 상대로 여러번 상대한
김은숙 작가인만큼
이번 드라마도 정말 자극적으로 써서
상당히 중독적이었습니다.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등 지금껏
재벌과 부자에 관한 드라마를 여러번 쓴 만큼
더 글로리 또한 단순 복수극이러고 하기엔
계급에 관한 부분을 또한 빼놓을 수 없었는데요
당연히 극 중에서도 계급이 명확히 드러났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디테일이었습니다.
집, 소품, 옷 등 부자들 중에서도 부자들이
어떤 취향인지 굉장히 조사를
많이 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건
역시 등장인물들의 차랑이었는데요
각 캐릭터들의 재력 뿐 아니라 성격까지 고려한
차종이 인상 깊었습니다.
성격이 화끈하고 사치스러운
재준은 벤틀리 SUV 벤테이가
강남 사모님들의 단골 차량인 벤츠.
연진이는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계급인 S클래스에서도
화끈한 S63 amg를 몰았고
차분하면서도 튀지 않는 우아한 미학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재벌 하도영은 제네시스 G80을 몰죠.
(실제로 LG구광모 회장, SK 최태원 회장도
대중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제네시스를 타신다고 하죠)
착한 청년 이미지인 주여정 의사 또한
제네시스를 몰았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진짜 루이비통 트렁크를
준비하기는 힘들었던 모습을
제가 포착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디테일이 좋은 드라마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더욱 현실감을 느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현실과는 동떨어진,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디어의 위험한 세뇌를 파헤쳐볼까 합니다.
참고로 저는
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설정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은
대중들에게 그것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세뇌시키려는 작가나 프로듀서의 메세지라고 생각합니다.
즐길건 즐기되, 조심해야할 부분은 조심해야합니다.
1. 여전히 만연한 부자에 대한 혐오
우선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죠.
학교 폭력을 저지르는 것 모두
부자들과 부자들의 뒤를 따르는 하수인들이죠.
하지만 실제로 학교 폭력을 저지르는 이들 중
부자들은 몇이나 될까요?
그리고 애초에 그렇게 돈 많은 집 자녀들이
극 중 주인공인 문동은이나
사고로 사망한 윤소희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닐 일이 없습니다.
사실 오히려 반대로 부자집 자녀들이
피해를 볼 확률이 많기 때문에
더 좋은 동네로 가려고 하는거죠.
그래도 이 부분은 동은이의 복수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설정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도영은 다르죠.
하도영은 극 중에서 사실 피해자이기만한데
혜정이는 명대사 “나이스한 개새끼”를 날리죠.
부자에 대한 기본 스탠스가 어떠한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준 대사입니다.
2. 의도가 다분한 여성 중심의 서사 - 페미니즘
애초에 주인공과 메인 악역이 여성이라
여성 중심의 서사인 것은 이해하지만
나머지 인물들마저 여성이
주체적인 인물로 나오는 건
극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현실과 매치되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재밌는 부분 중 하나는
악역이든 주인공 편이든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남성이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주여정 의사는 물론이고
전재준, 손명오도 악역으로서
어떤 일을 주체적으로 한 것 없이
폭력, 성희롱, 성폭행 등
주체할 수 없는 폭력적인 모습만 보여주며
그저 바보 같죠.
연진이는 계속 머리 써가면서 동은이와 맞서싸우고
사라도 이간질 당한 후에
연진이와 주도적으로 맞서 싸우죠.
혜정이 또한 어떻게든 머리써가며
부자 남자들과 상황을 컨트롤하려고 하고요.
반면 재준이와 명오는 바보 같이 그냥 화내기만 하다가
허무하리만큼 그냥 죽습니다.
특히 혜정이가 부자 남자를 꼬셔서
베라왕 드레스, 왕방울 다이아를
살 때의 모습을 보면
남자를 그저 바보 같은 모습으로만 보여주죠.
실제 부자가 저런 여자들한테
바보 같이 당하기만 할까요?
저렇게 접근하는 여자가 몇 명이나 있을텐데요.
심지어 혜정이의 똥을 치우는 것도 엄마
마지막에 연쇄살인범을 지산교도소로 이감시키는 것도
저 바보 부자의 엄마로
여성이 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자리에 많은 것처럼
연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주병원의 원장도 엄마죠^^
하지만 여성이
큰 부를 창출하는 자리에 있는 것은
현실에선 극히 드문 일입니다.
그래서 남녀 차별의 문제에서 항상 거론되는 주제죠.
이것은 김은숙 작가 혹은 넷플릭스의
교묘한 PC 주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은밀하게
생각을 침범하기에 무서운 것입니다.
여성들은 대부분 큰 부를 창출해내고 싶은게 아니라
큰 부를 소비하고 싶어하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2/article_no/4541/ac/magazine
성별 간 임금 격차, 여성 CEO의 수로
남녀 차별을 논하지만..
실제로 부를 소비하는 건 여성이 64%,
남성이 36%입니다.
버는건 더 적게 벌고
소비는 두 배 가까이 더 하는거면..
남자에게 금전적으로 의존하는
여자가 훨씬 더 많다는 뜻이겠죠.
더 글로리 속 설정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3. 여전히 쓸모도 개연성도 없는 신데렐라 로맨스
기본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이 쓸모 없는 신데렐라 스토리 때문인데요
여기에도 작가의 교묘한 사상이 숨어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주여정이라는 인물이
왜 여기 껴있는지 의아했습니다.
정말 없어도 스토리가 잘 흘러갔을 것 같은데
처절한 복수극에 왜 주여정이 있는것인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윤소희 시체 때문에 주여정이란 인물이 나왔다면
문동은이 병원장의 약점을 잡는다던가,
병원장이 돈을 노리고 윤소희 시체를 빼돌렸다던가
등의 흐름이 훨씬 복수극을 돋보이게 했을 것입니다.
심지어 배우들의 실제 나이 차이가
14살임에도 불구하고
문동은이 후배, 이도현이 선배인 것은
기가 차더군요.
(이건 송혜교 파워가 아닐까 합니다만)
괜히 로맨스를 끼워놔서 몰입만 깨고
후반부에서는 주여정 나오는 부분은 모두 스킵했습니다.
제가 해석했을 때
주여정이란 인물을 더 글로리에 끼워 넣은 이유는
“이렇게 복수와 상처 뿐인 처절한 노처녀도
젊은 의사 선생의 모든 걸 바치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여성향 신데렐라 포르노그래피를 위한 것 외에는
떠올릴게 없습니다.
더 웃긴건 하도영입니다.
극 중에서 윤소희나 김경란이
강간당한 장면을 보여주고
전재준과 손명오를 “죽어도 싼 놈”이라고 표현하죠.
여성에게 생물학적으로 가장 두려운 것이
원하지 않는 남성의 겁탈이기 때문인데요,
반대로 남성에게 생물학적으로 가장 두려운 것은
내 아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품고
내가 그 아이에게 자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도영은 딸인 예솔이가 친딸이 아님을 알고도
계속 예솔이 옆에 남아있으려 하고
마지막까지도 같이 영국으로 떠나죠.
이 부분은 참 웃겨서 말도 안나오더군요.
재벌 남자는 바보입니까?
극 중에서 가장 차분하고 멋있는 캐릭터로 나온
하도영이 이런 부분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넘어가서
남성의 생물학적 근원적인 공포는 매도당하고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에게는
친딸이 아니어도 키우던 딸이면
계속 사랑하는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여성 중심을 넘어 여성 편파적인
합법 여성 포르노그래피죠.
우리나라의 미디어의 주요 소비자가 여성이다보니
어느 정도는 그렇다 쳐도 정도가 좀 심합니다.
더 글로리 또한 처절한 복수극이
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부자 남성의 능력과 인성은 후려치면서
결국에는 또 자신보다 능력 좋고 멋있는 남자에게
대시받고 의존하는..
한국 여성의 입맛에 맞는 건
뷔페처럼 다 준비한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였다는 점이
참 아쉬웠습니다.
이런 여성 편향적 기조가 미디어에서 없어지는 걸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이런 미디어의 세뇌에 넘어가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저 드라마에서 악역들이
호의호식하며 잘 살 수 있었던 배경인
드라마에 나오지 않은 아버지들이 창출한
부와 권력을 현실에서 쥐려면
이런 미디어의 여성 중심 사고에 잠식당하지 않고
강한 남성성을 유지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