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 공대생인 내가 대학원에 가는 이유
오늘 가고 싶었던 대학원에 합격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게 과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준비를 치열하게 했냐고 한다면
사실.. 딱히..
그냥 학점만 잘 따려고 노력했다.
대학원 지원하려고 하면서
학부연구생도 안하는게 좀 후달리긴 했지만
어차피 전부 다 잡으려고 하면
하나도 제대로 하는게 없는게 나란걸 알아서
선택과 집중을 했다.
나는 공부나 학문에 뜻도 없고
그렇게 잘하는 편도 아니다.
그냥 적당히 하는 편이다.
매사에 필사적으로 열심히 살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버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애티튜드가 몸에 베어있다.
그래서 1학기 휴학하고 준비하면
국내 탑급 대학원도 도전해볼만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학문에서 탑을 찍고자 하는
깜냥도 의욕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매사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나는 선택과 집중을 하는 스타일이다.
사실 주식이 돈을 자원으로 가치를 불리는거라면
진로는 시간을 자원으로 가치를 불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생은
시간이 가장 귀하고 풍부한 자원이기 때문에
진로를 가장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데
주변 대학생들을 보면 딱히 그런거 같지 않다.
열심히 안 살고 논다는게 아니라
(나보다 열심히 살고 잘하는 사람 넘치는거 안다.)
속도는 신경 쓰는데
'방향'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전자과라서 더 그런 것 같은데
전자과 친구들은 대부분 그냥 다 반도체 공부하고
제일 좋은 취업자리도 s전자 같은
반도체 회사가 제일 많으니까
(이마저도 4학년 때 아는 친구들이 많다.)
그냥 군중심리에 따라
반도체 트랙 타거나,
두루두루 다 공부하는데
나는 솔직히 좀 의아스럽다.
내가 학부생으로서 반도체를 공부하지 않는 이유는
- 반도체 업체는 이미 탑을 찍었고 잘해야 현행 유지고 내려올 일만 남았다.
- 반도체 업체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같은 일자리여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도 많고 대체되기도 쉽다.
- 별로 흥미도 안가고 어렵긴 jonna 어렵다(사실 안어려운게 없긴 하지만 특히 더 어렵다.) 그래서 그거 공부할 시간에 그냥 딴 거 하거나 놀고 싶었다 (ㅋㅋ)
내가 취업하려 하지 않고
석박 통합 아닌 석사에 간 이유는
- 학부 과정으로는 아는게 쥐뿔도 없다. (물론 석사 가도 모를 것 같다.)
- 반도체를 안해서 양질의 직군이 없고(ㅋㅋ) 학부 출신은 성장할 수 있는 직업이 별로 없다.
- 취업 시장이 안 좋다 - 굳이 피터지게 경쟁할 이유가 없다.
- 박사는 가성비가 안 좋다 - 고생을 너무 많이 한다. 박사 해봐야 난 학문가로서 확률적 우위를 낼 깜냥도 의욕도 없다.
- 관심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 (이게 꼴찌 이윤데 나한텐 당연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 있겠다.)
- 대학, 학부에 대한 메리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 석사 필수의 시대가 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위 생각을 3학년 1학기 마칠 때쯤
생각을 정리했음.
노력하기 싫어서 머리를 미리 썼다는거임
그래서 그 때부터 내가 그나마 잘하는거
+ 시장성이 있는거 + 관심 분야 교집합을 찾기 시작함.
(중요도순 나열, 아래는 시간 순 나열)
1. 관심 분야
우선 내가 관심 있었던 건 데이터 사이언스였음.
과거의 추세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한다는게
너무 매력적이라 생각했고
당연히 주식에 써먹고 싶어서였음.
근데 없는 인맥 다 끌어다보니
이거 이미 꿀 다 빨린 분야더라구
그래서 금융공학은 바로 포기함.
그러다가 학부에서 신호와 시스템이라는
수학 과목을 배우는데
이게 나름 재밌는거임
그래서 그냥 좀 깔짝댔더니
점수도 잘 나오더라구
(물론 A+ 받아서 ㅋㅋ,
참고로 나 수학 싫어했음)
그리고 그거의 응용 분야인
영상 신호 처리를 배워 보니까
이게 바로 피드백이 되는게 재밌더라고
2. 시장성
내가 아무리 좋아하고 잘하면 뭐해
시장에서 안찾는거면 말짱 꽝이야
우선 향후 5+n년 간 가장 핫할 분야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로봇, 우주, 메타버스, 방산, 2차전지임.
근데 그 중에서 놀랍게도
컴퓨터 비전이 안쓰이는 분야가 없더라구.
그리고 인공 지능 학회에 가보니
컴퓨터 비전은 사람을 못 뽑아서 난리일 정도로
안뽑는 회사가 없었음.
참고로 내가 아무리 잘해도
업종이 하향세면 나도 하향세임
근데 내가 가만히 있어도
업종이 상향세면 나도 상향세인거.
3. 잘하는거
이거는 함정이 있는데
잘하는게 절대적인게 아니라
상대적인 것임
내가 아무리 잘해도
이미 고인물이 있으면
빛을 발하기가 어려운데
신생 분야면
내가 시작이 빠르기 때문에
대체되기가 쉽지 않은 거.
헤드급 박사가 아니어도
그 밑에서 일할 석사가 필요하거든.
그런데 이 컴퓨터 비전 분야가
웃긴게 아직 사람이 별로 없음.
미국에서는 엄청 핫한 분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교육 구조 때문인지
희한하게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음.
(심지어 채용을 계속 확대중)
그 이유에 대해 예상해보자면
1. 전자과 친구들은 코딩하는걸 극도로 싫어함.
-> 그래서 거의 다 반도체, 회로 설계
2. 컴공과 친구들은 연필들어서
수학하는걸 극도로 싫어함.(신호 처리 공부)
-> 그래서 거의 다 백엔드 or 프론트엔드
아주 가아끔 순수 인공 지능 정도?
그래서 나는
여기가 블루 오션이라고 판단함.
4. 나의 상황
재수 없는 얘기긴 하지만
돈이 없어서 석사를 못가는 사람도 많더라구.
우리 집은 축복스럽게도 유복한 편인데
나는 악독하게 이걸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음.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한 가지 잘못된 관념 중 하나는
부모로부터 '빨리' 독립해야 한다는 것임.
어차피 성인 되자마자 독립하긴 힘들고
부모의 자산도 하나의 레버리지기 때문에
최대한 이용해서 늦게 독립하더라도
가능한 '크게' 성공하는게 낫다고 생각함.
그리고 그게 더 효도하는 거임ㅋ
물론 부모가 여유롭다는 전제하에ㅇㅇ.
그렇지 않았다면 레버리지 관리 하듯이
미래 가치를 할인율을 적용해서
현재 상황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함.
글로 쓰니까 좀 길어진거 같은데
사실 매일 뭐가 돈이 될까? 생각하니까
가능했던게 아닐까 생각함.
그래서 좀 독특한 나의 대학원 합격 비결은
1. 주식을 한다.
2, 재능도 없고 노력하기도 싫어서
미리 꽤 오랫동안 준비했다.
(1년 전부터 김박사넷, 구글 스칼라
들어가서 영상 처리 분야쪽 랩실 점수
높은 순으로 다 컨택 시도함)
26년동안 나를 객관화시키려고
노력하며 깨달은 건
난 절대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없다는 것
generalist에 특화되어 있고
얍삽한거에 재능 있다는 것.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개빠졌다 생각하겠지만
난 나만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아서
몸에 맞지도 않는 방식으로
힘들게 노력하는 걸 최소화했다.
근데 이제부턴..
힘들게.. 노력해야겠지? ㅜㅜ
근데 어차피 취업하든 창업하든
경쟁력 키우려면 다 똑같이 힘듦.
대학원은 돈 포기하고
성장성 선택한 거니까
돈 바라는게 이상한 거고
그래서 감당할 준비는 되어 있음.